[CTL Teaching Tips #62] 기말시험 공정성 확보: 기출문제 공개와 생성형 AI 활용 문제출제
- 교수학습혁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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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6-13
교수학습혁신센터-20250613
<출처 표기방법> 이상은, 구민영, 김예진(2025). 기말시험 공정성 확보: 기출문제 공개와 생성형 AI 활용 문제출제 (CTL Teaching Tips #62). 서울: 성균관대학교 교수학습혁신센터
2025년 6월, 학기말고사 시즌이 다가왔습니다. 교수님들께서는 시험 출제, 프로젝트 피드백 등을 마무리 하시느라 바쁘실텐데요. 약 한 달 전에 성대신문에 “확산되는 족보 거래의 그림자, 공동의 노력 필요해”라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이 기사는 대학생들의 익명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서 “족보”의 공유를 넘어 시험문제를 사고 파는 실태를 밝히고 이에 대응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또한 에브리타임에는 ‘시험정보’라는 시험문제를 공유하기 위한 별도의 게시판이 있고, 이 게시판에 시험문제를 올리는 사용자에게 많은 포인트를 주고 시험정보를 얻고자 하는 사용자에게는 포인트를 써서 열람을 하도록 만들어놓아 시험정보를 중심으로 사용자들을 커뮤니티에 머물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시험문제가 온라인에서 거래되고 공유되는 상황은 학기를 마무리하는 이 시기에 공정한 평가를 위해서 새로운 시험문제를 출제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지난 3월 27일, 우리 대학 수업을 담당하는 모든 교강사에게 보낸 안내메일에서도 “시험문제 판매 및 불법 유통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 시험문제 재사용을 자제하고 족보 활용이 쉬운 단순 객관식이나 단답형 문항의 출제를 지양”할 것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이번 티칭팁은 기말시험 기간을 앞두고 새로운 시험문제를 설계하고, 생성형 AI를 활용하여 시험문제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1. 이번 기말시험을 앞두고도 거래 중인 ‘족보’
에브리타임은 대학생들의 일상 정보 공유부터 시험문제 정보 교환까지 광범위한 주제의 게시글이 업로드 되는 대표적인 대학생 커뮤니티입니다. 이 커뮤니티에는 이전 시험 문제들을 모아놓은, 이른바 '족보'를 학생들끼리 판매하고 구매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족보라는 기출문제를 통해, 학생들은 시험문제를 미리 경험하고 부족한 개념을 확인하며 학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족보가 단순히 복습 자료의 차원을 넘어, 시험에서 나올 문제를 미리 암기하는 요령으로 변질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시험기간이 시작되면 학생들은 에브리타임에서 족보를 거래하기 시작합니다. 에브리타임 게시글을 살펴보면, 학생들은 족보를 통해 시험문제를 암기함으로써 공부하는 시간을 줄이고 높은 점수를 얻고자 하고 있었습니다. 2025년 5월 12일자 성대신문 기사에 따르면, 한 학생은 시험에서 문제의 순서만 다르고, 족보와 내용이 유사한 시험 문제가 출제된 적이 있다고 밝히며, 족보의 존재를 몰랐던 입장에서 족보를 이용한 다른 학생들이 높은 성적을 받은 것에 대한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었습니다. 또다른 학생은 매년 거의 유사한 문제들이 반복출제되는 것이 족보 거래의 원인이라고 말하며, 공정한 평가를 위해 문제가 바뀔 필요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한편,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족보를 구하는 학생들의 심리를 이용하여, 실제 출제된 시험문제가 아니라 AI가 만들어낸 문제들을 족보로 가장하여 판매하는 사기거래도 발생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우리 대학은 아이캠퍼스 홈페이지를 통해 시험문제, 과제 등을 거래하는 것은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임을 경고하고 있으나, 기말시험을 앞둔 에브리타임에는 여전히 족보를 사고 팔고자하는 글이 올라와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2. 족보가 소용없도록 기출문제 공개하기
족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한 가지 전략은 교수님께서 먼저 기출문제를 공개하는 것입니다. 이는 단지 문제를 나누는 행위를 넘어, 평가의 공정성과 학습의 방향성을 모두 고려한 수업 설계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서울시립대신문이 보도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생과 교수자 모두 ‘기출문제의 공식 공개’가 족보 의존을 줄이는 현실적 대안이라고 응답했습니다. 한 교수님은 “10년 넘는 강의 기간 동안 항상 기출문제를 공유해 왔다”며, “모든 학생이 같은 출발선에 있다고 인식해야 수업 참여도가 높아진다”고 말합니다. 학생들 역시 족보의 유무에 따라 학습 태도가 달라지며, “모두가 같은 조건이라면 오히려 무력감이나 불공정성에 대한 불만이 줄어들 것”이라고 응답했습니다. 우리 대학 통계학과 김찬민 교수님 또한 비슷한 접근을 택하고 있습니다. 그는 “기출문제가 유료로 거래되는 상황을 보고, 차라리 일부 문제를 직접 공개해 공정한 학습을 유도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밝히며, 실제 강의에서 중간고사 대비용 일부 기출문제를 공개하고 있다고 합니다. 인하프레스와 서울대 대학신문 등에서도 교수가 직접 기출문제를 공개하는 것이 족보 문화의 효과적인 대안이라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공과대학 A교수는 “내가 학교 다닐 때도 족보는 있었지만, 이제는 본인이 직접 기출을 공유해야 한다”며, “기출문제에 구애받지 않는 평가를 위해 현실 사례 응용형 주관식 평가 방식도 고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처럼 기출문제를 전략적으로 공개하면, 족보를 거래하는 실효성을 떨어뜨리면서 학생들이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학습하는 것을 유도하는 교육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한편, 기출문제 공개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인하대신문에서 인터뷰한 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부 윤영진 교수는 본인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기출문제를 공개하고 있으나, “나의 강의 방법일 뿐, 모든 강의가 이러한 기준을 따라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강의와 평가는 전적으로 교수자의 권한이다. 학생 입장에서 교수에게 기출문제 공개를 고려해 달라고 요구할 수는 있으나, 대학본부나 학과사무실을 통해 기출문제 공개를 강제하는 것은 도가 지나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같은 기사에서 A 교수도 “(교수의 기출문제 공개의) 자율적 참여를 독려하고, 공개된 시험지를 총학생회와 같은 학생 주체가 관리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였고, 기출문제 공개를 강제하거나 교수 방법에 교수자가 아닌 주체가 개입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했습니다.
기출문제 공개에 대한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인하대신문은 교육학과 이지연 교수의 ‘새로운 시험문제 출제’를 제안하며 기사를 마무리합니다. 이지연교수는 “교수자는 학생들의 수업 참여와 학습 수준을 확인할 평가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며, “교수자가 족보의 존재를 알았다면, 시험지를 공개하거나 족보가 시험 준비에 도움이 되지 않도록 새롭게 문제를 출제”할 것을 제시하였습니다. 결국 기출문제를 공개하지 않는다면, 교수님들께서는 이번 학기의 학습참여와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시험문제를 출제하는 것이 필요해집니다.
3. 생성형 AI를 활용하여 새로운 시험 문제 출제하기
기출문제를 공개하는 것만으로는 족보 문제를 완전히 근절하기 어렵고 기출문제 공개가 강제되어서는 안 된다면, 교수자는 새로운 시험문제를 출제하는 것을 고려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매 학기 완전히 새로운 문제를 수십 개 제작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큰 부담입니다. 이런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도구가 생성형 AI입니다. 브레인스토밍, 아이디어 도출 등에 유용하게 사용 가능하다는 특성상, 생성형AI는 시험 문제를 제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효과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학습된 데이터를 통해 독창적인 문제를 생성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일반적인 객관식, 주관식 문제를 넘어 지문형, 표 분석형 등 다양한 형식의 문제를 제작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특정 키워드, 개념, 난이도 등의 조건을 제시함으로써 문제의 난이도를 조절하는 것 역시 가능합니다.
시험문제 출제를 위한 프롬프트 작성법
먼저, 시험 문제를 출제하는 데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프롬프트를 어떻게 작성해야 할지, 문제의 기틀을 형성하기 위해 생성형 AI에 제공해야 할 정보는 무엇인지를 챗GPT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첫째, 시험문제 난이도 조절을 위하여 학생들의 학습 수준을 명시해야 합니다. 학년, 해당 수업이 전공 수업인지 혹은 비전공 수업인지, 기초 수업인지 심화수업인지 등의 정보를 명확히 제시할수록 적절한 난이도의 문제가 생성됩니다. 두 번째로 문제 출제 유형을 명시해야 합니다. 객관식, 주관식, 서술형, 사례형, 단답형 등 다양한 유형의 문제 중 시험문제로 적합한 유형을 제시해야 합니다. 만일, 새로운 유형의 문제를 출제하고 싶으실 경우, 문제로 출제될 시험 범위에 대한 설명과 함께 해당 내용에 적합한 독창적인 유형의 문제를 제안해 달라고 하실 수 있습니다. 세 번째로 강의목표에 대한 정보가 필요합니다. 학생들의 개념 이해 정도를 평가할 것인지, 비판적 사고력을 평가할 것인지, 논리력을 평가할 것인지 등 시험의 목표가 구체적일수록 생성형 AI 또한 평가목적에 부합되는 문제를 제작할 수 있습니다. 네 번째로 시험 맥락을 제공해 주셔야 합니다. AI는 강의의 목적이 무엇인지, 학생의 어떤 능력을 평가하고자 하는지, 시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시험 및 평가에서 교수님이 의도하시는 바는 무엇인지 등 구체적인 맥락을 추론할 수 없으므로, 강의의 중요한 전제와 시험 범위를 알려주셔야 합니다. 그 밖에 ‘정답 포함’, ‘해설 함께 제공’ 등 시험 문제 출제 시 추가적으로 필요한 자료를 요구하실 수도 있습니다. 화면 캡쳐: 챗GPT에게 사회학과 교수가 대학생을 대상으로 시험문제를 출제할 때 필요한 프롬프트를 작성해달라고 한 결과
화면 캡쳐: 시험문제 출제 시 생성형 AI에게 알려주어야 할 정보 예시
이번 티칭팁에서는 기말시험이 공정한 평가가 되도록 하는 방법에 대하여 다루었습니다. 시험에서 매년 유사한 문제가 출제된다는 점을 이용하여 발생한 대학생들의 족보 문화는 학생들의 학습 수준을 저해할 뿐 아니라 학생-교수자 간의 신뢰 관계를 위협할 수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는 대안으로서, 기출문제를 공개하는 것과 생성형 AI를 활용하여 문제의 초안을 설계하고 난이도를 조절하는 데 유용한 도구로 활용하는 것에 대해 안내드렸습니다. 특히 생성형 AI는 아이디어를 다양하게 제시하는 데 강점이 있어, 새로운 유형의 문항을 기획할 때 큰 도움이 됩니다. 교수님들께서는 생성형 AI가 수업의 맥락, 학생의 수준, 강의 및 시험의 목적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생성형 AI는 거짓된 정보를 그럴듯하게 꾸며낼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하셔야 합니다. AI가 제작한 문제를 그대로 출제하기보다는 사실관계가 부합하는지, 문제에 오류가 있지는 않은지 교수님께서 직접 검토해 주십시오. 생성형 AI가 출제한 문제가 수업의 취지에 맞는지, 배우지 않은 내용을 묻고 있지는 않은지, 이러한 문제를 통해 학생들이 얻는 이점은 무엇인지를 면밀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시험은 학생들이 한 학기 동안 성취한 학습의 결실을 확인하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그러나 시험에서 점수만을 좇게 될 경우, 학습의 본질적인 의미가 흐려질 뿐 아니라, 족보 거래와 같은 비윤리적 행위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단순한 평가 이상의 시험을 위하여, 교수님들께서 세심하게 준비한 정교한 시험문제 출제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입니다.
참고자료
김동연. (2024). 혹시 ‘족보’ 있으신가요? 서울시립대신문. https://press.uos.ac.kr/news/articleView.html?idxno=14427
김유민. (2025). 확산되는 족보 거래의 그림자, 공동의 노력 필요해. 성대신문. https://www.skkuw.com/news/articleView.html?idxno=32143
신원. (2020). 서울대 족보 파헤치기. 대학신문. https://www.snu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1512
안윤겸, 이태훈, & 조민석. (2022). 시험철 어김없는 '족보 구합니다'... 관습인가 악습인가. 포항공대신문. https://times.postech.ac.kr/news/articleView.html?idxno=22157
선우영현. (2025). [보도] “족보, 교수님이 직접 뿌리주시면 안될까요?” 인하프레스. https://www.inhapress.com/news/articleView.html?idxno=2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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