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개발센터 소식지 2013. 02-1
- 대학교육개발센터
- 조회수1921
- 2013-08-26
교수님, 팀플 꼭 해야 돼요?
\'대학교육의 꽃\'이어야 할 팀플이 오히려 상아탑에서 \'공공의 적\'으로 몰리고 있다. 상당수 대학생들은 교과수업의 파행과 교우관계의 파탄을 초래하는 주범으로 팀플을 꼽고 있다. 수도권 4년제 대학생 22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10명 중 9명은 조별과제를 수행하면서 무임승차를 경험해봤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팀플을 꼭 해야 하는 것일까? 서울대 경제학과 김완진 교수에게서 팀플의 필요성과 팀플에 적합한 태도를, 아주대 심리학과 김경일 교수, 전남대 교육학과 류지헌 교수에게서 프리라이더부터 팀 리더들의 고민에 대한 해결책을 들어보고자 한다.
(사진출처 : 노컷뉴스)
캠퍼스투머로우=취재 | 최인혁, 조민지 캠퍼스 리포터
인터뷰 | 서울대 경제학과 김완진 교수
Q. 교수님은 팀과제를 통해서 학생들이 무엇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학습은 단순히 혼자 책 읽고 생각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수업에서도 학생들이 교수가 일방적으로 강의하는 것만 들어서는 교수의 생각을 다 이해한다고 볼 수 없고, 학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교수가 알지 못한다면 강의가 충분히 전달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학습이나 연구 등 모든 학문은 기본적으로 대화를 통해서 발전가능하고 그것이 공부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서로 다른 전공, 출신지역, 성향의 사람들과 만나 협동하며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도 중요하죠. 저도 학생 때 팀과제 때문에 많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친구들과 만나며 공부했던 것이 제 시야를 넓히고 여러 우정도 쌓을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다는 것을 나중에 깨닫게 되더라고요.
Q. 팀플에서 팀장의 역할은 얼마나 중요합니까?
사실 아무리 똑똑하고 과제를 잘하는 친구가 있다고 해도 그 이상의 좋은 결과를 내기 쉽지 않아요. 서로 역할분담을 잘한다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고 혼자 하는 것보다 더 좋은 점수를 기대할 수 있죠. 그러기 위해서는 리더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리더가 잘하면 팀이 급속도로 친해져 즐겁게 팀플 시간을 보낼 수 있고 과제를 마치고 나서도 계속 만날 수 있는 인맥이 생기죠. 작년 수업에 외국인이 한 명 있고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속한 팀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 나이가 많은 4학년 학생이 디자인을 전공한 굉장히 뛰어난 학생이었습니다. 그 학생이 자연스럽게 리더가 됐는데 아주 멋진 결과를 냈습니다. 외국인 학생과 소통이 어려운 부분이 많을 텐데 외국인 학생의 파트를 영어로 발표하게 했어요. 알고 보니 이 외국인 학생이 러시아 출신으로 글을 굉장히 잘 쓰더라고요. 팀장 학생이 외국인 학생의 장점을 잘 활용했고 다양한 전공의 팀원들에게 적절한 역할배분을 했죠. 그 학생이 발휘한 뛰어난 리더십덕에 모든 팀원들이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Q. 혹시 활동 안 하고 묻어가려는 학생이 구별되시나요?
보고서만 봤을 때는 모르지만 팀 면담 하면 다 보입니다. 어떤 주제를 택하고 어떻게 자료를 찾아보고 있는지 한 팀마다 두세 번 정도 면담을 가지는데, 그때 바로 드러나죠. 그리고 다른 방법은, 마지막에 100점을 줘서 팀원들끼리 공헌도에 따라 배점을 하게 하는 것입니다. 학생들이 아무리 참여 안했다고 0점을 주지는 않아요. 대신 다른 팀원들이 30점일 때 그 학생만 20점을 주는데, 이런 약간 낮은 점수를 보고 ‘아, 이 학생이 제일 참여 안했구나’ 하고 알 수 있어요.
Q. 팀플에 가장 적합한 태도는 무엇일까요?
이스라엘 전통 유태인 도서관에는 모든 학생들이 두 명씩 테이블에 앉아 큰 소리로 토론하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 유태인들이 하버드대학의 30%를 차지하고 있지요. 그만큼 혼자보다는 사람들과 대화하며 서로 다른 관점을 말하고 소통하는 것이 큰 공부 효과가 납니다. 특히 학생의 관점과 교수의 관점은 크게 달라서 교수도 학생이 생각하는 관점을 모를 수가 있습니다. 학생들이 질문을 하면 비로소 그런 측면을 깨달아요. 실제로 학문의 발전은 30년씩 공부한 사람보다 지금 막 시작한 사람에 의해서 일어납니다. 경제학의 역사를 보면, 박사과정 학생이나 심지어 학부생도 새로운 발견과 이론을 내놓더라고요. 그러니 다양한 배경의, 다른 관점을 가진 학생들이 한 팀을 이뤄서 서로 대화하며 과제를 수행하다 보면 기존에 습득하는 것보다 훨씬 더 폭넓게 공부하고 또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어서 더 큰 학업 성과가 있습니다. 그래서 팀플에 힘들어하지 말고 어려운 것을 극복해 나가자는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도전하는 자세를 가지신다면 즐거운 한 학기 수업이 될 것입니다.
처음부터 고의적으로 프리라이더가 되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요즘같이 바쁜 시대에 각자의 사정이 있는 법이다. 그렇지만 이왕하는 팀플, 좋은 결과를 맺어야하지 않을까? 프리라이더부터 팀 리더까지 이들의 다양한 고민들을 교수님께 물었다.
도움말 |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류지헌 (전남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Q. 1학년 교양수업 팀플 때 시간이 지날수록 제가 원하던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찾아온 자료는 별 도움이 안 되고 선배들의 의견 위주로 진행되다 보니 흥미와 의욕도 떨어졌습니다. ‘너무 욕심만 부리다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못 듣는 것일까?’ 하는 생각에 팀플 모임에도 점점 핑계를 대고 빠졌습니다. 결과적으로 팀장 선배가 잘해주어 괜찮은 점수를 받았지만 이후 수업에서 팀플이 있어도 무책임해지고 가능하면 피하려고 했습니다. 혼자서 과제를 제출하는 수업이 더 좋아졌죠. 팀플을 하는 이유가 팀원끼리 의견을 모아 새로운 결론을 만들고 나중에 직장에 들어가서도 동료와 협력해서 과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라는 뜻인 줄 알지만 실제 팀플에서는 그것이 잘 반영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E여자대학교 3학년, 이유 있는 프리라이더 그녀
A.일단 팀플을 해야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지식이 있거든요. ‘내가 안다는 느낌은 있는데 설명은 할 수 없는 지식’과 ‘안다는 느낌도 있고 설명도 할수 있는 지식’이 있죠. 이 중 후자만 참 지식입니다. 따라서 진정으로 무엇을 알기 위해서는 팀원끼리 의견을 나누고 결론을 발표할 수 있는 팀플이 가장 효율적입니다. 그리고 선배들이 리드하는 상황에서도 팔로워인 나 자신도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죠. ‘내가 무엇을 제일 잘 할 수 있는가’ 하고 역할을 맡으려면 상당히 모호하고 어렵습니다. 하지만 ‘내가 말로도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으세요. 신기하게도 자기가 말로 잘 할 수 있는 것들은 실제로 제일 잘하는 것들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 작은 것들이라도 맡아서 해보세요. 제가 보기에 이 학생은 일종의 ‘계획오류’를 잘 범하는 것 같습니다. 계획오류란 어떤 목표를 설정해 놓고 ‘얼마나 걸릴지’ 혹은 ‘어떻게 해야 할지’ 등을 계산하고 실행 할 때 어려움을 겪는 현상들을 통칭하는 용어입니다. 이럴 땐 무언가를 처음 시작할 때 ‘잘해서 멋져 보여야지’보다는 ‘이걸 잘못하면 큰일 나는데’라고 생각하세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목표가 현실적으로 축소됩니다. 이 마음가짐은 성공을 완성하기보다는 실패 예방에 더 유리합니다. 물론 그 반대되는 마음을 먹어야 더 발전이 있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학생의 경우에는 좋지 않은 것을 예방해야 하는 마음이 더 강조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 능력을 기를 수 있는 것이 바로 팀플일 겁니다. 회의에서 중요한 것은 ‘왜 그 사람이 그 의견을 고집하느냐’이죠. 대부분 자신의 의견을 뒷받침할 만한 개인적인 경험이나 에피소드들이 생생한 기억으로 존재합니다. 그래서 의견을 주장하며 싸우기보다 그 의견의 뿌리가 되는 각자의 경험을 대화하며 나눠야 합니다. 상대방의 에피소드가 이해되면 나의 에피소드도 상대방이 꽤 이해를 해 줍니다. 두 사람의 에피소드 모두 인간세상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것들이거든요. 그 자리에서 바로 의견을 조율한다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장소나 환경을 바꿔서 (그 의견과 관련된) 상대방의 개인적인 과거경험을 차근차근히 들어보세요. 그 시간을 아까워하면 절대 안 됩니다. 안 그러면 그 시간보다 몇곱절 많은 시간을 의견 충돌 혹은 충돌 이후의 갈등으로 낭비해야 되니까요.
-김경일 교수
Q. 이번 학기에 외부 실습과 대외활동으로 유난히 바쁜 제 스케줄 여건상 팀플에 참석할 수가 없었어요. 처음에는 미안해서 열심히 자료를 찾아가면 이미 다 찾아놓은 것들인 데다, 팀플 주제 자체도 어려워서 계속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에라 모르겠다’ 하고 프리라이더가 돼 버렸죠. 팀플은 팀원들이 겨우 모이면 토론보다는 각자 역할 분담을 한 뒤, 마지막 단계에서 그것들을 모두 합해서 정리해서 제출하는 것뿐입니다. 요즘처럼 바쁜 시대에 왜 굳이 팀플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K대학교 4학년, 팀플 때문에 억울한 그녀
A. 팀플의 가장 중요한 장점은 대인관계 기술을 배운다는 점입니다. 졸업 후 사회생활은 지식보다도 서로 협력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대학생들이 바쁜 것을 알면서도 팀플을 권장합니다. 효과적인 팀플을 위해서는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는 단계부터가 과제의 일부라고 봐야 합니다. 회의를 통해 서로의 의견을 조합하는 노력을 통해서 공동의 목표를 달성해서 점수를 받는 과제 시스템이지요. 때문에 팀원의 참가율이 낮으면 결과적으로 팀이 산출한 결론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때 전체 팀원에 대한 공정한 평가가 우선된다면 개별 학습자의 참여도가 충분히 반영되고 이에 따라 팀플 의욕도 더 많이 올라갈 것입니다. 그리고 프리라이더를 줄이기 위해서는 모든 팀원이 공동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하도록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귀찮은 일이 아니라 모두가 합께 협력하고 있다는 신념을 갖도록 하는 겁니다. 가장 중요한 원리 세 가지를 소개할 테니 적용 해 보시기 바랍니다. 첫째, 공동협의 과정이 항상 필요합니다. 역할분담을 하더라도 꼭 함께 모여서 의견을 조율하세요. 둘째, 팀원의 과제수행에 대해서 자체적인 피드백을 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피드백은 부정적인 개념이 아니라 보완 및 수정을 위한 긍정적인 방법이에요. 이를 통해서 상대방의 역할도 이해하고 자신의 문제점도 보완할 수 있어요. 셋째, 각자의 진행상황을 서로 공유합니다. 과제의 진도뿐만 아니라 일의 쉽고 어려움을 공유하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더 자세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류지헌 교수
Q. 고학번이고 전공자라는 이유로 팀장을 맡았습니다. 팀원들이 과제에 대해서 다소 주제와 거리가 멀고 엉뚱한 의견을 말하면 답답할 때가 많았지요. 게다가 약속을 정하면 제대로 모인적이 없었습니다. PPT를 맡겼던 친구는 기대 이하로 만들어 와서 그것을 수정하느라 일요일 오후를 다 썼죠. 결국 취업 때문에 점수가 급한 제가 혼자서 PPT, 레포트, 유인물까지 다 한 것 같습니다. 학점은 잘 받았지만 무엇인가 억울한 기분입니다. 리더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는 자책이 들기도 합니다. 앞으로 사회에 나가서도 리더로서 팀을 이끌어야 한다면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Y대학교 4학년, 좋은 점수 받고도 억울한 그
A. 팀플에서 팀원 개개인의 역량을 잘 이끌어주기 위해서는 ‘각자 역할’과 ‘유기적 연결’을 잘 조절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각자의 역할을 규정할 때는 ‘적절한 분량의 배분’과 ‘적성에 다른 배분’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적절한 분량은 구성원 혼자 준비할 수 있을 정도를 말하며, 적성에 따른 배분은 팀원 각자의 관심과 동기수준에 따라서 일을 맡기는 겁니다. 프리라이더를 줄이기 위해서는 모든 팀원이 공동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하도록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귀찮은 일이 아니라 모두가 합께 협력하고 있다는 신념을 갖도록 하는 겁니다. 이와 더불어 이런 규칙도 적용해보세요. 첫째, 전체 회의에서 각자 한 일을 공유합니다. 둘째, ‘~에 대해서 조사하기’보다 ‘~의 설립연도와 목적을 A4 2장 분량으로 서술하기’식으로 명확하게 할 일을 규정해 줍니다. 셋째, 공동협력과정을 주기적으로 만듭니다. 역할분배가 됐더라도 무엇을 했고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공유 기회를 많이 갖는 겁니다. 팀플을 잘하려면 중간에 다른 팀의 상황을 공유해서 팀들 간의 경쟁을 유도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주의할 점은 잘하고 있는 팀을 언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팀 활동을 위한 단계를 세분화하고 각 단계마다 시간을 정해서 전체적인 계획을 짜서 진행하면 효과적입니다. 이런 방법들을 팀플에 적용하면 훨씬 수월하게 팀을 이끌 수 있을 것입니다.
-류지헌 교수
저작권자 ⓒ 캠퍼스투머로우
http://blog.naver.com/mtomorrow?Redirect=Log&logNo=120189958535
[참고자료]
1. 노컷뉴스 기획기사
① 캠퍼스 속 지뢰, 팀플은 미친 짓이다?
http://www.nocutnews.co.kr/Show.asp?IDX=2521844
② 캠퍼스의 프리라이더…"팀플은 참여 안해도 OK!"
http://www.nocutnews.co.kr/Show.asp?IDX=2524878
③ 상아탑의 문제아로 전락한 \'팀플\'…대학당국은 \'수수방관\'
http://www.nocutnews.co.kr/Show.asp?IDX=2527901
④ "우린 팀플이 좋아요" 캠퍼스에 부는 새 바람
http://www.nocutnews.co.kr/Show.asp?IDX=2529331
2. "대학생 10명중 9명 조별과제 수행 중 무임승차자 경험"